당신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능이 막 끝나고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겨울날 '뮤즈(muse)'의 내한공연을 보러 아침 버스를 타고 속초에서 서울로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공연은 오후 늦은 시간에 시작했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스타벅스'에 가보기 위해! 요즈음이야 뭐, 속초에도 스타벅스가 두 개나 생겨 고향에 내려갔을 때도 마음만 먹으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아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내가 살던 동네에는 스타벅스는 고사하고 개인이 하는 카페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에스프레소 커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꽤 어린 시절부터(초등학생 무렵인 것으로 기억함) 원두커피를 먹기 시작했고 고등학생 무렵에는 캔, 믹스 할 것없이 마셔댔던 것 같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시 속칭 '된장녀'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타벅스의 커피 맛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내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그리하여 공연이 있었던 올림픽경기장에 가기 전에 잠실역에 잠시 내려 지하철역에서 제일 가까운 스타벅스로 이동하였다. 촌놈인 걸 티 내지 않기 위해 어떻게 주문하는지는 미리 파악하고 갔기 때문에 주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난생처음 스타벅스에서 마신 음료는 '따뜻한 그란데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샷을 하나 더 추가해먹는, 그리고 기본 사이즈는 벤티가 된 현재의 나로서는 약간은 심심한 선택이었는지도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촌놈이었던 나에게는 커피향이 엄청 진했고 너무 쓰긴 했지만 맛있다! 이게 나의 '스타벅스'에 대한 첫 기억이다. 이후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등 너무 달달한 음료만 아니면 대부분 즐겨 마셨던 것 같다. 1학년 때엔 라떼를 정말 즐겨 마셨지만 우유가 들어간 음료만 먹으면 폭풍 X사를 해서..ㅋㅋ 양을 점점 줄이다 결국 아메리카노만 마시게 되었다. '카페모카'처럼 달달한 커피 음료를 즐기던 여자친구마저 '아메리카노 파(?!)'로 개종(!?) 시킬 만큼 많이 마셨던 것 같다. 한때는 분위기가 좋은,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일부러 찾아다녔었는데. 분위기에 못 미치는, 갈 때마다 다른 커피 맛에 실망한 것이, 스타벅스로만 발걸음을 돌리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고, 전국 어느 매장을 가던 커피 맛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외국에서 마셔봐도 크게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한다. 일본 여행을 할 땐 거의 매일 마시는 편이고 유럽 국가에 방문할 때는 솔직히 커피 맛이 월등한 로컬 커피숍들이 많아 자주는 가지 않고 '이 나라 스타벅스도 내가 아는 그 맛이려나?'라는 궁금증에 한 번씩은 찾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균일한 커피 맛의 이유라고 하면 까다롭게 관리되는 원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을 살펴보면 원두 분쇄 -> 탬핑 -> 추출로 정말 간단하다. 하지만 원두 가루를 다져주는 '탬핑'과정에 의해 커피 맛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원 별로 숙련도에 의한 맛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우는 완전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앞서 설명했던 추출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이용해 균일한 커피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완벽하게 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니고 마무리는 항상 파트너가 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의 경우 물의 양이 약간씩 달라져 맛에 차이가 나는 경우는 있다. 탬핑을 잘못해서 맛이 아예 이상해지는 거보단나으니뭐..ㅎㅎ.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사이렌 오더'를 이용해 매장 안에서 혹은 밖에서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고, 시즌 음료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며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의 토피넛 라테, 최고!), 머그잔 텀블러 디자인이 깔끔하고 신제품이 꽤 자주 나온다. 여담이지만 스타벅스 유리잔 중에 맥주 잔으로 사용해도 괜찮은 제품들이 있어 종종 쓰는 편!

마지막 단점 마저도 해결한 스타벅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Only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만 제공한다는 점 (피지오나 다른 과일 음료는 제외하고 보면). 이였으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생기고 클로버 머신을 이용한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콜드 브루'와 더 나아가 질소를 이용해 부드러운 맛을 내는 '나이트로 콜드 브루'까지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오늘 소개하려 하는 다양한 커피 추출방법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리저브 포워드 매장'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마지막 남은 단점까지 없애버린, 소비자의 니즈를 확실히 알고 있는 대단한 놈들이다.
다시 찾은 '잠실대교남단점'

스타벅스 리저브 포워드 매장은 기존 리저브 커피를 만들어 내던 '클로버'머신 이외에 '사이펀'.'푸어 오버(핸드드립)',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 '케멕스'를 이용해 추출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매장이다. 다만 포워드 매장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리저브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느낀 거지만,'대접'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 음료를 주문한 손님들은 앉을 수 없는 리저브 고객용 테이블이 따로 있고, 원두의 시향부터 음료 제조~서브까지 한 명의 파트너가 전담으로 해주어 아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만 원의 호사'랄까....

제공하는 원두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원두 종류, 추출 방법별로도 가격이 상이하니 잘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겠다. 상위 3%의 최고급 원두라고 소개하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의 경우 사이펀 추출방법과 더해졌을 때는 톨 사이즈 임에도 불구하고 '만 삼천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 나온다. 웬만한 한 끼 식사보다 비싼 커피.. 덜덜....

클로버 머신을 이용해 추출한 커피는 몇 번 먹어봤기 때문에 패스하고 나는 '사이펀 (사이펀 추출방법의 경우 톨 사이즈밖에 안되니 참고하세요!)'을 여자친구는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하였다. 사이펀 커피는 이번에 처음 접해봐서 파트너에게 어울리는 원두를 추천받았다. 원두의 산미(신맛)를 별로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산미가 낮은 '코스타리카 비스타 델 마 옐로 허니'를 추천받았다. 마찬가지로 여자친구도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과 어울린다는 '르완다 무사사'를 추천받고 주문을 했다....

내가 고른 원두의 시향이 끝나고, 커피 내릴 준비를 하신다. 사이펀 커피는 추출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린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사이폰 커피는 실험 기구 같은 추출기를 이용하는데 하단부 플라스크를 가열해서 생기는 압력 차이에 의해 커피가 추출되는 방식으로, 자세한 원리는 '테라로사 라이브러리' 에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파트너가 간단하게 나마 사이펀 커피의 추출 원리에 대해서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따로 그런 건 없었다. 혹시.. 물어보면 알려주려나? ㅎㅎ. 그리고 놀랐던 건 하부 플라스크에 물을 담을 때 저울을 이용해 '정량'의 물을 넣는다. 이런 꼼꼼함 아주 좋다....





이렇게 하부 플라스크에 들은 물을 가열하게 되면 압력차에 의해 담겨 있던 물이 상부 플라스크로 쭉 올라가게 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과학 실험하는 걸 지켜보듯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렇게 본인의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리저브의 매력이 아닐까?...


물이 상부로 올라갔을 무렵, 갈아두었던 원두를 위 플라스크에 부어주고 가루가 뭉치지 않게 휘휘 저어준다. 그리곤 하부 플라스크를 가열하던 열원을 끄고 옆으로 살짝 빼주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추출돼 나온다. 생각보다 추출에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과정을 지켜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ㅎㅎ...

다음으로 살펴볼건 여자친구의 커피를 내려줄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 수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가격이 무려 중형차 한대 가격이랑 비슷하다고 한다. 신세계 그룹 공식 블로그의 글을 찾아보니.

블랙이글은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빅토리아 아르두이노(Victoria Arduino)社의 최상급 핸드 메이드 에스프레소 추출기로서 무게 기반 추출(Gravimetric) 매커니즘으로 템핑(분쇄된 원두를 추출전 균일하게 다듬는 작업)보정, 온도(커피 추출시 물의 온도) 보정 등을 통해 고품질의 에스프레소 샷을 균일하게 추출해 냅니다

라고 설명이 되있다. 과연 일반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다른 느낌을 줄까? 빨리 마셔보고 싶다!...


리저브 커피는 이런 식으로 서브가 된다. 주문한 커피와 함께 곁들일 핑거푸드 한종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전에는 마카롱이었는데, 쿠키로 바뀐듯하다. 그리고 왜 일회용 잔에 준지 모르겠지만.. (다른 손님들도 모두 일회용 잔으로 제공했다) 다음에는 머그에 달라고 해야지! 아무튼 커피 맛을 간단히 평하자면. 사이펀 추출방식으로 내린 내 커피는 약간 가벼운 맛이었다. 바디감이 별이 3개였지만 그리 무거운 맛은 나지 않았고 '향'이 정말 끝내줬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만 마시다가 오랜만에 마시는 가벼운 커피라 그런지 생각보다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고른 커피는 개인적으로 의외의 수확이었다. 산미가 높은 커피를 즐겨 하지 않는 편인데 블랙이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는 산미가 높은 원두를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 특유의 무거운 맛이 딱 잡아줘 산미가 강하게 느껴지진 않아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커피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는데, 일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서 만든 아메리카노 보다 훨씬 진득한 색을 띠었는데, 여자친구는 보약 같다고 하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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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동안, 다른 손님이 주문해 '푸어 오버(핸드드립)'로 추출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이스로 주문해서 그런지 추출된 커피를 모으는 유리 보틀에 얼음을 한가득 넣고 바로 추출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리저브같이 향을 느끼는 커피들은 웬만하면 따뜻한 커피로 먹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스로 먹으면 얼음이 녹으며 맛이 계속 변하기도 하고 향도 제대로 맡기 힘들기 때문에 : )...

이번 포스팅의 마지막은 '케멕스'추출 법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생김새도 워낙 특이하고 ㅎㅎ 방문한 날 아무도 케멕스는 주문하지 않아 추출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음번에 들릴 땐 케멕스로 추출된 커피를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추출 원리는 핸드드립이랑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