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라멘을 처음 먹어본 건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서울에 놀러 갔을 때였던 것 같다. 이태원에 있던 '라멘 81번 옥' 이였는데 아직도 영업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엔 내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음식이었는데. 사촌 형이랑 갔던 일본 여행에서 라멘에 푹 빠져 (너무 맛있어서 이틀에 한 번은 먹은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비슷한 맛을 내는 식당을 찾아보려 여기저기 안 가본곳이 없는거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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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돈코츠 라멘을 내는 곳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고 방송에도 몇 번씩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친구 형에게 여러 번 들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집이지만 못 가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방문할 수 있었다. 식당 이름이 특이한데 '하카타'는 돈코츠 라멘이 유명한 큐 지역의 후쿠오카-하카타를 말하는 것이겠고, 분코[문고(文庫)]는 한자 뜻으로는 '출판물의 대량 보급을 위하여 값싸고 휴대하기 편하게 작은 판형으로 만든 총서류'라고 한다 하카타 라멘을 값싸게 보급하겠단 의미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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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외관은 누가 봐도 일식당인 걸 알 수 있다. 저녁시간 약간 전에 도착했는데 가게 안은 이미 만석. 스태프가 카페 옆에 보시면 대기 줄이 있다고 (안 친절 하게) 알려준다. 역시 인기가 장난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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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세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면을 팔다 보니 테이블 회전율이 좋아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금방 대기 줄이 줄어든다. 그렇게 맨 앞까지 도달하면, 대기 장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서있다. 내용 중 중요한 게 '일행분이 도착하지 않으신 분께서는 다음 분께 순서를 양보해 주시면~ 블라블라' 이날, 우리 앞 팀도 친구 둘이 미리 와서 줄을 서고 있었는데 차례가 되었음에도 한 명이 안 와서  팀으로 우선권이 넘어가 버렸다. 그  팀이 들어가자마자 앞팀의 친구 한 명이 도착..! ㅋㅋ 친구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약간 짜증을 낸다. 욕 안 먹으려면 참고 하시길! 그렇게 재미나게 구경하다 우리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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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테이블석으로 안내받았다. 역시 라멘집은 테이블석 이지~. 하카타 분코의 메뉴는 간단하다 돈코츠 라멘은 '인 라멘', '청라 멘' 두 종류이고 진한 맛의 인라멘은 청라멘에 돼지비계를짓이겨 추가해 넣은 방식이다. 이외에 차슈 덮밥(미니 차슈 덮밥 가능), 생맥주, 밤늦게 주문 가능한 차돌 단면이 있다. 진한 스프의 돈코츠를좋아하는 우리는 인라멘 두 개, 미니 차슈 덮밥하나와 생맥주를 한 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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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석이 좋은 점이라면 역시 조리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돼지비계를 채에 짓이겨 넣는 '인라멘'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저기에 비법 스프(?)로 보이는 정체 모를 국물 조금,  삶은 돼지 육수를 넣으면 국물은 완성! 여기에 면이 들어가고 각종 토핑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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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만드는 걸 구경하다가 '미니 차슈 덮밥'이먼저 나왔다. 어... 근데 이거 미니라고 해도 너무 미니 아니냐.. 정말 정말 크기가 작다. 먹어본 느낌은! 차슈는 부드럽고 좋지만 맛이 약간 심심한 편이고 밥은 그냥 간장 밥맛이다. 솔직히 별로였다, 분명 수요미식회에서 신동엽은 맛있게 먹었다고 한 거 같은데 음.. 그냥 차라리 돈코츠에  잘 어울리는 흰쌀밥이 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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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멘은 이런 모습이다. 놀라지 마시길, 위아래가 같은 음식이다. 분명 인라멘 두 개를 시켰고 빌에도 인라멘 2개가 찍혀있는데 한 그릇은 청라 나왔다. 죄송하다면서 가져가길래 새로 해주겠지 했는데 청라 위에 그냥 돼지비계를 짓이겨 뿌려버리고 다시 나왔다.. 음.. 어차피 섞으면 똑같긴 한데 비주얼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ㅎㅎ. 워낙 하드코어 돈코츠를 좋아해서 그런지 첫 느낌은 그리 기름져 보이지 않고 약간 맑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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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간판에도 세면(얇은 면)을 쓴다 나와있었는데. 역시 면이 정말 얇다, 개인적으로 얇은 라멘면은 소유, 시오 라멘에 어울린다 생각하고 두꺼운 면은 미소 라멘, 그 중간 사이가 돈코츠 라멘엔 가장 어울린다 생각하는데. 여기는 면이 생각보다 훨씬 얇아서 놀랬다. 그래도 삶은 정도는 딱 좋은 편. 스프와 함께 무리 없이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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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는 이렇게 많이 기름지진 않다 가볍게 먹을 수 있을 정도. 총평을 하자면 스프의 진한 정도는 조금 아쉬운 편 (워낙 일본 라멘에 익숙해진 혀라 다른 분들은 아닐 수 있습니다.) 차슈는 부드러운 게 라멘과 먹기 딱 좋은 편, 차슈 덮밥으로 먹기엔 별론데 돈코츠 국물과는 조합이 좋다. 면은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토핑으로 올라간 숙주, 꼬들꼬들한 버섯과 먹으면 꽤 괜찮은 편. 그래도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돈코츠 라멘 중에선 순위권에 드는것 같다. 먹으면서 계속 잇소우라멘에  가고 싶다던 여자친구, 동감이다 미친 듯이 진한 돈코쓰 라멘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더욱 그리워지는 한 끼였다.


그래도. 잘먹었습니다 : )